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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부실채권 매물 쏟아진다

역사의현장 2011. 6. 21. 05:51

저축은행 부실채권 매물 쏟아진다
원금 10% 가격으로 무더기 처분…추심업체들 때아닌 호황
기사입력 2011.06.15 17:44:49 | 최종수정 2011.06.16 10:42:10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저축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던 부실채권(NPL)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시장에 나온 물량만 1조1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채권추심 업체들은 업무량이 늘면서 호시절을 구가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저축은행은 이날 원금 기준으로 1000억원대의 담보부 NPL을 매각한다는 입찰 공고를 냈다. 진흥저축은행은 1조원대의 담보부 NPL에 대한 입찰을 지난 8일 마무리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지난달 말 87억원 규모의 NPL을 매각했다.

이처럼 NPL 물량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은 저축은행들이 6월 말 결산을 앞두고 재무제표상 이익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서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장부가 5억원의 NPL을 10억원에 판매하면 5억원의 순이익을 낼 수 있다"며 "대출 이자 수취 등 정상적인 경로로 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NPL 매각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저축은행들은 특히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 NPL을 주력 판매하고 있다. 담보가 있어 꽤 괜찮은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매물로 나오고 있는 NPL의 대부분은 저축은행이 호황기를 맞던 시절 타 금융사에서 사들인 물량이다. 저축은행은 부실채권을 싼값에 사들인 뒤 이를 추심해 수익을 내 왔다.

진흥저축은행은 2008년 론스타가 보유했던 부실채권 2조원어치를 인수한 바 있는데, 진흥이 최근 내놓은 NPL은 이때 인수한 채권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경기저축은행 역시 같은 방식으로 NPL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자체적으로 발생한 NPL이 매물로 나온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최근 매물로 나온 NPL 물량 중 저축은행 자체적으로 대출을 해주다 발생한 NPL은 500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NPL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금을 쌓아 두는데 NPL을 매각하면 충당금을 이익 계정으로 집어넣어 장부상 이익을 낼 수 있다"며 "하지만 아직까지는 예전에 다른 금융사에서 사들인 NPL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정보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으로부터 나오는 담보부 NPL은 담보가 있는 만큼 보통 원금의 80% 정도에 가격이 형성되곤 한다"며 "최근 NPL 수요가 늘면서 모 은행이 내놓은 NPL은 최대 91%까지 값을 쳐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그보다 담보의 질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원금의 60~70%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된다"며 "최근 나온 저축은행 물량은 이보다 다소 낮고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NPL은 원금의 10%가 상한선"이라고 덧붙였다.

저축은행들이 잇달아 NPL을 내놓으면서 채권추심 업계는 `때 아닌 호기`를 맞고 있다. 다만 이제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만큼 채권추심 업체가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얼마나 낼 수 있을지를 거론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현재 나오고 있는 물량 대부분이 담보를 갖고 있어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추심 업계는 경쟁적으로 인수에 뛰어들고 있다.

■ < 용어설명 >

NPL : 무수익 여신. 연체 등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 대출을 의미한다. 금융사들은 이를 갖고 있기보다 다른 금융사에 매각할 때가 많다. A사가 원금 100억원짜리 대출을 20억원에 B사에 파는 식이다. B사는 각종 추심을 통해 애초에 돈을 빌린 사람으로부터 100억원 가운데 20억원 이상을 상환받으면 수익을 낼 수 있다.

[박유연 기자 / 최승진 기자]